리뷰/음주리뷰

아드벡 우가달

함나현 2022. 12. 7. 14:12

친구가 나에게 음주 리뷰를 해보라고 했다. 왜냐하면 내가 입맛이 좀 까다롭다고, 자기는 크게 불호도 크게 호도 없으니까, 그런거 쓰면 잘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술을 몸에서 받아주지 못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을 최대한 살려서 써볼까 한다. 어차피 여기 쓰는 술들은 못해도 10잔 이상은 마신 술들이 뭐 나쁘지 않겠지.

사진은 따로 첨부 안할 계획이다. 어차피 위스키는 글랜캐럿 잔에 있는 노란 액체고, 병은 녹색 반투명 유리로 만들어져 있으며, 고유의 형태가 있지만 다들 라벨로 구분하니까 궁금한 사람은 직접 찾아보거나 바에 가서 보겠지

첫 리뷰로는 역시 아드벡 우가달을 골랐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소주보다 먼저 마신 술, 그동안 제일 많이 마신 술일거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소주를 먼저 마시긴 했다. 2017년도에 취업하고 기숙사에서 선임들이 술 예절 알려준다고 마셨으니, 하지만 그게 다였고, 어른! 멋진 바! 멋지고 방탕한 생활! 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있는 친구와 함께 클래식바에 갔고, 그는 우가달을 시켰고, 나는 처음엔 깔루야밀크 같은 것을 먹다가 그를 따라 우가달을 시켰다. 그게 나와 우가달의 첫만남이었다.

첫 만남의 우가달은 굉장히 독하고 목 아픈 술이었다. 그치만 특유의 연기향에 끌렸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연기향을 좋아한다. 훈제 연어, 훈제 오리, 담배, 그리고 우가달, 정산소종까지 연기에는 로맨틱하고 힘센 에너지가 느껴진다. 몸이 서서히 상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만큼

아무래도 아드벡 우가달을 먼저 써야겠다고 느낀 이유는 필연적으로 내 모든 기호식품이 이것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술들은 더더욱, 그래서 분명 의견차이가 있을 거고, 그때마다 이 사람은 소주보다 우가달을 먼저 마신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주면 감사하다.

경로의존성이라고 하나, 그저 우가달이 가장 먼저 접한 위스키였으니 가장 많이 마셨다. 그 다음에 마신 술이 라프로익 쿼터캐스크인데 버번 베이스의 칵테일(와일드플라워, 멘하탄 등)을 제외하면 단독으로는 두 번째로 마신 위스키일 것이다. 하지만 음주자들의 기억은 자신마저 정확하지 않으니 그리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 6개월 정도 베트남으로 일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공항에서 아드벡 우가달을 사갔다. 코브레칸을 사가면 10년산을 줄 정도로 매리트가 있음에도, 코브레칸 특유의 너무 거친 맛은 나에게 힘들었다. 그렇게 우가달을 사가고, 밤새 주재원이었던 차장과 먹고, 나는 다음날 출근했는데 술병이 나서 오전내내 카페에서 잤고, 그는 출근했다. 정말 주량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돌아와서 단골바에 간 적이 있다. 아드벡을 주세요 했는데 보통 아드벡은 10년산이고, 10년이 제일 바에 많다. 그래서 바텐더가 습관적으로 10년산을 주었다. 근데 냄새를 맡고 이거 우가달 아니고 10년 같은데요 라고 나는 했고, 그는 우가달로 바꾸어주었닼ㅋㅋㅋㅋ

정말 우가달에 돌아버린 사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우가달은 우니, 굴 과도 많이 먹는데 굴은 내가 통 가려서 못 먹고 우니는 먹어보았다. 우니의 단 맛과 우가달의 달고 멋진 훈연향이 만나 꽤나 맛있는 조화를 이루었다. 꽤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우가달이 무슨 맛이냐고 한다면 어, 딱 마시는 순간 특유의 향이 입을 채워준다. 연기향이 입을 채워주고, 정제된 갯펄의 맛이 혀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콜이 섞인 사과 같은 단맛이 마무리를 한다. 아드벡 1987을 마신적이 있는데 이땐 이게 극단적으로 올라온다. 다 마시고도 계속 뒤에서 단 맛이 올라오는 느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뭐 그치만 역시 그건 이미 적응하고 마시는 사람의 이야기고 역시 누군가에게 위스키를 추천할 때는 글렌피딕이나 많이 가도 맥켈란 같은 걸 추천하는 편이다.

술 이야기 역시 쓰다보니 끝이 없는데, 정말 나에게 아드벡 우가달은 정신 없는 내 20대초를 함께한 술이라 특이나 더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이런 느낌으로 음주 리뷰도 종종 올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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