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상담 종료하려구요.

함나현 2022. 12. 7. 13:43

상담을 다닌지는 1년 6개월 정도된 것 같다. 내가 상담을 처음 시작했던 게 용기였던 것처럼 아마 마치는 것도 용기일 것이다. 아니 마치는 것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상담의 시작은 너무나도 상태가 안 좋았다. 그전까지의 많은 문제들이 한번에 터지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난 지금, 원래 가려고 했던 문제들은 이제 다 정리 되었고, 여전히 새롭고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래도 내가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함께 상담을 그만 두기로 마음 먹었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정리를 할 것이다. 예전엔 부정적인 감정이면 모두 우울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적어도 어떤 문제로 상태가 어떠한지 까지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물론 이것도 시간이 약간 필요하다.) 결국 그걸 해결할지, 조금 지켜볼지는 내가 결정해야할 몫이므로, 그리고 나는 그걸 그래도 처리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과 용기가 생겼으므로,, 난 그래도 제법 해낼 것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사실 조금 더 자세히 적고 싶었지만, 역시 너무 내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너무 많이 한 이야기이자, 너무 내밀한 이야기였기에 내가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은 기이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면서 자연이란 혼돈에 저항하고 적응했다. 그리고 그 극단적인 형태가 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삶의 많은 문제는 돈으로 해결된다는 말은 인간이 창조한 질서는 결국 돈을 매개로 굴러간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 문제 또한 인간이 창조한 질서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조금 한발 떨어져서 본다면, 그러니까 우주에서 누군가 이 모습을 지켜본다면, 참으로 애쓴다고도 말할 것 같고, 돈이 뭐라고 라며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돈은 뭘까?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진 않아도 꾸역꾸역 그달의 카드값을 맞추기에 노력하는 인간으로서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대출들, 카드값들 모두 그래 그게 뭘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만약에 이 돈들 중에 일부를 갚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나의 쓸모는 다한것일까? 나는 카드값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인간일까? 아마 그렇다면 너무나도 슬플 것이다. 종종 그런 생각들을 한다. 삶은 어떻게든 굴러감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야할 돈들을 내지 못해 무지 고생하는 생각, 그게 월말이 다가오면 특히 더 심해진다.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쓸모를 찾는 것은 무척이나 웃긴 생각인데 사람은 쓸모를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고 믿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결국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사라졌을 때, 누군가 나를 기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열심히 산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내가 장례식을 갔던 친구들을 쉽게 잊어버리지 못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미련해보였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인간의 질서들이 그렇게 내가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을만큼 유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그 속에서 적응을 잘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공장 속에서, 서버룸 속에서, 고객들의 분노 속에서, 사무실에 있는 차장의 짜증 속에서, 그러니까 인간의 가치가 자본으로 치환되는 모든 곳에서 살아남았고, 살아있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그거면 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매달 이래저래 카드값을 내고, 공감 받길 바라며 길거리와 전자들이 움직이는 거미줄 사이를 돌아다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큰 그림을 그린다. 조금 더 낫고, 안정적으로 삶을 운영하며, 비유적인 의미로 나에게 맞는 옷을 입으며, 재밌는 일을 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면, 꽤나 먼 길이 되겠지만, 선물 받은 삶에 지금까지의 여정을 생각한다면, 용기를 내어 차근차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긴 이야기를 읽어주어서 고마울 뿐이다.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지금이 그동안 중에 제일 안정되고 편하다. 23년 하고도 3개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썩 나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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